금모래같이 흐르는 시간 모으기

우주는 넓다. 우리는 멍정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버스정류장에 한 커플이 나타났다.
남자는 티니가, 여자는 위니가 그려진 빨간 색 티니위니 커플티를 입고, 남자는 빨간색 땡땡이 무늬 우산을 들고, 여자는 그 우산에서 나와 그 둘은 쫑알쫑알 싸우고 있었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휴학한 동안 강남역만 쫑쫑쫑 댕기다가 학교로 컴백하니 신촌의 풋풋함이 코끝을 찡하게 한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꼬마들과 어디서 샀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분홍색 리본을 머리에 달고 볼이랑 입술만 빨갛게 화장한 어린 아가씨들이 귀엽다. 그 아가씨들 옆에 아직 아기티가 쫄쫄 나는, 그래도 제딴엔 최선을 다해서 입고왔을 남방에 가디건을 걸친 수줍은 소년들이 행복하게 웃고있다. 마실 줄도 모른는 술을 마시며 뛰어다니는 아웃오브군대 소년들과 세상에 모든 것은 예쁜 옷과 새로운 화장품, 멋진 남자친구!! 라고 외치는 어린 아가씨들까지. 간지넘치는 강남역 언니오빠들 보다가 신촌역 꼬맹이들을 만나니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온다. 

어제는 밤을 새고 스터디를 하고나니 너무나 졸려서 둥둥둥 걷다가 학교 중앙 그늘진 잔디밭에 앉았다. 애인님 다리를 베고 잠깐 누웠는데. 파란 하늘에 햇살이 따뜻해서 40분 씩이나 자버렸다고 한다........  눈을 뜨니 머리맡엔 시원한 손그늘이 따가운 햇살을 물리치고 있었다. 부끄러워 고개를 돌리다가 깜박 마주쳐버린 눈마춤에 빙그레 웃어주셔서 기분이 날아갈 거 같았다.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하늘 밑에 초오-록색이 가득한 잔디밭에 누워서 서울이라 믿기 힘든 오래되고 예쁜 건물들 사이에서 잠을 자다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대학생의 로망이었다, 캬        
집으로 오는 길, 머리를 길게 땋은 외쿡인 대학생이 큰 가방을 메고 자체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분명히 외쿡인이 직접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그린 것 같아서 (..) 귀여운 그 티의 모습을 재현해보았다.



by 풍경 | 2010/09/19 14:17 | 트랙백 | 덧글(8)

Commented at 2010/09/19 16:5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풍경 at 2010/09/24 00:53
물론 보았지요, 당신의 격려가득한 이 글을 :)
어쩌면 세상은 난파선과 같은 혼돈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도와주면서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믿어요.
우주 속의 작은 존재이지만, 꿈을 이뤄가면서 우주를 모두 품는다는 말이 정말 멋져요.
같이 걸어가요, 손 꼭 잡고 :)
Commented by 카링 at 2010/09/19 21:52
소설같아요ㅎㅎ꺄
Commented by 풍경 at 2010/09/24 00:53
오옷, 때때로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지요 :)
Commented by 해우기 at 2010/09/20 01:22
^^
Commented by 풍경 at 2010/09/24 00:53
>ㅁ<
Commented by 행곰 at 2010/10/10 00:24
아.. 무릎베개!!

우주가 넓은것과 우리가 멍정이인것은 무슨 연관일까요..?
Commented by goeun at 2010/10/10 15:40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곳이네요~ 역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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