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래같이 흐르는 시간 모으기

당신의 독서를 자유케하라!

어제 인터넷을 다니다가 이런 글을 읽었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는 것은 책을 읽지 않은 것과 같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반대입니다 +ㅅ+

어째서? 어째서? 책을 읽은 다음에 "반드시" 글을 써야하나요? 리뷰라는 것을?

이렇게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책은 읽어야 하니까 읽는 것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ㅅ+
부담을 버려요. 책이 있네? 아, 읽어볼까? 어, 재밌네. 어, 이상하네. 하다가 페이지가 넘어가는 거란말이예요.

책을 읽고 나서 "우와, 정말 좋구나. 이것을 만인에게 알려야겠다!"라고 생각이 들어
저절로 글을 쓰는 것은 아주 좋지요. 그런데 "써야돼, 써야돼"하면서 읽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잖아요.

책 한권한권의 내용을 모두 100% 소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예요.
여러 권의 책이 당신 안에 녹아들어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그 내용이 버무려져서 좋은 향이 나면 되는 거여요.

그리고 리뷰를 써서 뽀대가 날 만한 책을 찾으려 애쓰지 말아요.
사실 그런 책이 어디있나요-
리뷰라고 해서 자세히 쓰지 않아도 되요.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줄거리, 구구절절 적지 않아도 괜찮아요.
모든 등장인물을 다 다룰 필요도 없고 작가의 의견에 동의할 필요도 없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대한 개츠비를 사랑한다한들, 내가 보기에 위대한 개츠비는 그냥 옆집 남자더만? 하면 그런거지요.

책을 권력의 도구로 삼지 말아요.
나 요즘 ○○ 읽어~ 하며 거들먹 거리지 좀 말아요.
그 두꺼운 책 읽든 말든 관심없으니까

책을 꼼꼼히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 말이 완전히 예상되는 데 계속 읽을 순 없죠.
눈에 강약을 주세요.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는 부분을 눈의 힘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참 읽고 나서, 뭔소리야? 하면 다시 읽어야 하니까.

그래서 책을 쓰는 사람의 노력이 중요하지요.
작가는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들어야 해요.
독자가 이 책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길을 끌 수 있도록
더욱 참신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입니다.


스타의 연인이라는 흥미로운 드라마가 있더군요,
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유지태가 최고의 여배우인 최지우의 책을 대신 쓴다,는 내용의 드라마지요.
여기서 최지우가 썼다고 하는 (실제로 극중 유지태가 쓴) 그 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요.
고전소설 열두편가량의 리뷰모음집이죠.
여배우로서의 독특한 시각이 담긴 그 책은 교육적으로도 큰 효과를 거두어 대 인기를 끈다는 설정이예요.
이 드라마는 보지 않았지만 이 부분만 보았거든요.
어린 왕자도 처음 읽는 최지우에게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권해선 안돼요.
너무 두꺼우니까, 그리고 알잖아요. 소설의 첫부분은 언제나 지루하다는 것을.
이 드라마를 잘 보지 않았지만 이 부분이 기억이 나는데요.

극중 젊은 사장이 최지우를 사로잡기 위해 "나는 당신의 히드클리프같군요"라고 말하지요.
흠, 난 저 대사를 들으면서 좀 놀랬어요.
히드클리프?? 아니, 왜??

히드클리프는 다들 아시겠지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남자주인공이지요.
캐서린이란 소녀가 사는 유복한 집의 아버지가 어느 날 더러운 집시 남자애를 데려옵니다. 그 애가 히드클리프예요. 아버지는 아들처럼 키워주지만 집안 사람들은 싫어하죠.
캐서린과 히드클리프는 사랑에 빠지고 그 영원함을 맹세하지만 캐서린은 부잣집남자에게 시집가버리고
히드클리프가 캐서린에게 복수합니다. 모든 것을 빼앗고 말지요. 그리고 폭풍의 언덕에서 무섭게 춥게 살아가고맙니다.
전 이 책의 구조를 좋아하는데요. 여자하인이 말하는 스타일이예요.

그런데 말이예요. 이 책을 다 읽었는데 어째서 히드클리프라고 하는 겁니까?? 복수하겠다는?? +ㅅ+
단지 어린시절의 연인이었다는 얘기로 이렇게 말한다면 뒷내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사실 오만과 편견.보다도 더 스펙터클한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하는데 폭풍의 언덕과 제인에어도 곧 영화화 되려나요-

요즘 주목받고 있는 소설, 스피벳. 읽어보셨어요?
열두살짜리 도해(자세하게 그림 그리는 것)의 신동이지요.
그 아이가 서부에서 동부까지 스스로 2박 3일? 3박 4일에 거쳐 여행하는 내용입니다만. 모두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출발 하기 전 이야기도 길구요. 여행. 그리고 그 곳에 도착한 후의 내용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꽤 두껍지만 글씨가 크고 행간이 넓어 읽기가 편합니다. 마치 소년이 쓴 듯한 양옆의 주석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스피벳과 그 동생과, 그 고조할머니의 이야기가 훌륭합니다. 현실을 적절히 분석한 듯한 표현도 좋구요. 깊은 생각을 하는 꼬마라고는 하지만 맥도날드 해피밀앞에선 맥을 못 추리는. 다음주에 개학이라는 의미가 대학교수로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에 가는 것이라는 점이 재미있어요.

이 소설을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매우 길지요. 글씨를 작게 해도 두꺼워요. 그리고 매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요. 그에 비하면 스피벳의 모험은 조금 간단합니다. 물론 그 재미는 우열을 다투기 힘들지도!

흠, 모르겠어요. 제가 구식인 건지는. ㅎㅎ
오래간만의 근황 올립니다 :)
음, 때아닌 결혼논쟁에 휘말리면서 훌륭한 분임에도 거절해버린 분들과 호감있었던 분들에 대해 분석해본 결과 저는 어휘력이 풍부한 분을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ㅎㅎㅎ
여자들 마음에 드는 말을 잘하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저도 할만큼의 연애, 받을만큼의 사랑의 경험이 있다고요. 그들의 어설픈 가식은 들통나기 일쑤지요.
항상 같은 단어만 쓰는 건 지루해져요. 기분이 나쁠 때도, 기분이 좋을 때도 전혀 파악을 못하면 피곤하지요.
모든 여성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렇다는 거지요. 이것은 저의 경우에 제가 그렇다는 것이니 비난받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는 이른 새벽 가장 먼저 일어난 어린 사슴의 눈동자같이 어여쁘고, 너에겐 이맘때의 아기주먹만한 복숭아의 여린 속살같이 달콤한 향내가 나는구나!"라는 표현은 기대하지 않아요...  =ㅅ= (이 정도면 거의 성경의 '아가'수준이지요)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촌철살인입니다 ㅎㅎ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거 아니겠어요.

글쎄요.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말한 것처럼. 저에게 사랑이 지나치게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이려나요..
날씨 덥습니다. 무탈히 편안하게 지내십시오.

by 풍경 | 2009/08/03 19:42 | 한 움큼의 책 | 트랙백(1) | 덧글(4)

Tracked from 像猫一样走路, 像花一样微笑 at 2009/08/04 12:18

제목 : 부분을 취하는 것
당신의 독서를 자유케하라! 풍경 님의 글에서 엮습니다. 논어를 읽고 있습니다. 원문은 어려우니 번역본을 읽고 있습니다. 마음에 닿는 구절도 있고,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어 내키는대로 취하다가 이래도 좋은걸까, 이런 것을 읽었다 할 수 있겠는가, 부분 만으로 본연을 알 수 있겠는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찐 언니께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그 또한 길이며, 이미 옛적 주희가 마음에 드는 부분만 취해서 엮어둔 것이니 그리하여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more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8/04 11:49
저 아가서 좋아해요(...)
이게 아니고, 책에서 무얼 보느냐는 결국 사람마다 다르지요. 덧글이 길어져서 엮어가겠사와요.

참, 제게 있어서 결혼은, 결혼이 힘든게 아니라 그 때문에 생기는 관계와 알력의 변화가 힘든 것 같아요. 혼인으로 합하여진다가 혼테크가 되어버린 요즘, 저 혼자 구식인 것 같기도 하고.

무어~ 잘 되겠지요. 풍경 님도 잘 되실거에요=)

사랑해요, 풍경 님. 좋은 날 보내시어요♥(와아~ 고백했다!>ㅅ<///)
Commented by 풍경 at 2009/08/04 18:55
네. 결혼은 그래서 힘든 것 같습니다 :)
사랑해요라니!! ㅋㅋㅋ 완전 감사합니다.
저도 사랑.... 해요 :) 오, 아예 인사를 사랑해요!!로 바꿀까봐요 ^^
너무 더우니 얼른 휴가 떠나셔요~
Commented by 페리 at 2009/08/04 15:39
소년 아 님 글에서 트랙백타고 날아왔습니다 :)
저랑 의견이 같으시네요 홍홍홍 =ㅂ=
책에서 꼭 무언가를 배워야만 한다고 생각하게되면 막 땡기던 책도 읽기 싫어지게 되는법인데 말이에요 ㅎ 저도 엮어가겠습니다아- :D
Commented by 풍경 at 2009/08/04 18:56
페리님. 반갑습니다!!
맞아요. 이유가 있어서 예약을 해서 빌려놓은 책도 읽지 않으면 말짱 헛이더라구요 ㅎㅎ
블로그~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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